해외 규제 이슈
유럽연합(EU) 디자인법 전면개정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임현철 전문연구원(hclim@kipa.re.kr)
유럽연합(EU)은 2024년 10월 15일 디자인법을 전면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기법으로 창조한 디자인의 법적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 디자인, A/S용 부품의 디자인, 문화유산을 활용한 디자인, 디자인 보호를 위한 등록과정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연합 내부의 디자인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정된 디자인법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디지털 디자인, 보호대상에 포함
최근, 글로벌 경제시장에서는 제품의 디자인 뿐 아니라, 디지털 디자인이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여러 창작물, 예를 들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 3D 렌더링, 그리고 디지털 파일을 기반으로 한 3D 프린팅 등과 같은 디지털 디자인들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창작물들은 전통적인 물리적 제품 디자인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디지털 디자인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하고 정교한 3D 모델이나 UI/UX 디자인, 3D 프린팅을 위한 디지털 도안 등이 무단 복제되거나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유럽연합의 디자인법 개정을 통해 물리적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디자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개정으로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쳐 창작자들의 권리가 한층 더 강화되었으며, 디지털 콘텐츠와 디자인 산업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가 보다 공고해졌다. 이는 단순히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창작자들이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며,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A/S용 부품의 디자인, 보호대상에서 제외
유럽 디자인법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A/S(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의 디자인이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는 A/S 부품의 디자인 보호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내에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완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데 필요한 A/S용 부품의 디자인도 법적 보호를 받아, 소비자는 해당 부품을 원 제조업체로부터만 구입해야 했다. 특히 자동차,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에서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며, 그 결과로 소비자는 종종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제한된 수리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독점적 구조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졌는데, 제조업체들이 특정 부품의 디자인 보호를 통해 경쟁사를 배제하고 자신들만이 독점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수리비용이 상승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를 초래했다. 또한 부품 시장 내에서 제조업체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A/S용 부품의 디자인은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그 결과로 독립적인 부품 제조업체들이 법적 제약 없이 동일한 디자인의 부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여 부품 가격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소비자들은 원 제조업체 외에도 다양한 업체로부터 A/S 부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더 낮은 가격에 더 다양한 부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문화유산 디자인, 보호대상에서 제외
유럽 디자인법의 개정으로 국가 문화유산을 활용한 디자인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유럽 각국의 전통적 문화유산인 전통의상, 유물, 고전 예술 작품 등의 디자인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문화유산이 상업적 디자인에 차용되어 상품화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으며, 그로 인해 문화유산의 원래 의미가 훼손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유럽에서 전통의상, 유물, 그리고 예술 작품 등의 디자인을 차용하여 제작된 상품은 더 이상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전통 문화유산이 상업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문화유산의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조치이다. 이번 개정은 유럽연합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각국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차용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국가와 문화유산에 대한 존중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문화 자산의 훼손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디자인보호 등록 및 갱신방법의 변화
디자인법 개정으로 인해 여러 디자인을 한 번에 등록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었다. 이전에는 **로카르노 분류(Locarno Classification)**라는 국제 디자인 분류 체계에 따라 동일한 분류 내에서만 다수의 디자인을 한 번에 등록할 수 있었고, 다른 분류에 속하는 디자인은 개별적으로 등록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서로 다른 분류의 디자인도 한 번의 신청으로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대량으로 디자인을 등록하는 기업들은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보호 갱신 비용이 증가했다. 디자인의 보호 기간은 개정 전과 동일하게 최대 25년이며, 5년마다 갱신할 수 있다. 하지만 갱신 비용은 이전에는 고정된 150유로였던 반면, 개정 후에는 첫 번째 갱신 시 150유로에서 시작해 네 번째 갱신 시 700유로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무분별한 디자인 보호 신청을 억제하고, 실제로 상업적 가치를 유지하는 디자인만 갱신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오래된 디자인이 실질적인 활용 없이 보호만 받는 상황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디자인 관리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의 디자인법 개정은 디지털화, 지속 가능성 요구 등 산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 개정은 디자인의 법적보호를 강화 또는 축소하여, 창작자, 제조업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균형을 맞추고, 유럽 내 디자인 산업의 혁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변화이다.
참고자료
https://www.aathornton.com/eu-design-law-reforms/
https://www.taylorwessing.com/en/insights-and-events/insights/2024/05/bu-eu-design-reform-a-reminder-of-the-key-issues
https://www.pinsentmasons.com/out-law/news/eu-council-final-approval-designs-protection-package
본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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