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슈 분석
- 젠더 기반 폭력 및 성폭력 처벌 강화 논의 중 -
이주희
파리 제1대학교 팡테옹 소르본
국제경제법 석사과정
출처: https://www.jss.fr/Reconnaissance_du_controle_coercitif__%C2%AB_Reveler_la_realite_de_la_violence_conjugale_comme_captivite_plutot_qu%E2%80%99agression_%C2%BB-5519.awp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내 성범죄 고소율은 전체 피해자 중 6%에 불과한 반면 소송 중단률은 성폭력 사건의 경우 86%, 강간 사건의 경우 94%로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프랑스국회는 젠더 기반 폭력 및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검토 중에 있다.
1️⃣ '강압적 통제' 또는 '정신 지배' 범죄 도입
특히 입법안은 '강압적 통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형법에 도입하고 이를 범죄로 규정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통해 강압적 통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입법안이 제시하는 강압적 통제의 법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 '피해자의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하거나 피해자 또는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가해지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공포 또는 제약 상태를 조성하는 반복적 또는 다중적 발언 또는 행동.' 보다 구체적으로 강압적 통제는 피해자와 측근과의 관계 통제, 재정적 자율성 축소, 일상 활동 감시, 친권 조작 등 피해자를 통제 및 협박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가 축적된 형태를 취한다. 가해자는 이와 같은 심리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해 피해자가 본인의 뜻에 순응하도록 하고 피해자가 자유롭게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로 이끌어간다.
이는 주로 권력 관계가 평등하지 않은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서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파트너가 우위를 점하지 못한 파트너에 대해 계속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비정상적인 압박감을 상대에게 줄 때 일어난다.
<그림 1> 강압적 통제 폭력 유형과 피해 유형
출처:https://www.linkedin.com/posts/dr-andreea-g-655b5a17_contr%C3%B4lecoercitif-prejudiceprofessionnel-activity-7266785952633647104-xY6c/?originalSubdomain=fr)
을의 위치에 처한 파트너가 무력감이나 열등감에 상대에게 저항하지만 결국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파트너와의 관계가 악화됐을 때 피해자는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다. 이미 상대방의 영향력 안에 들어간 피해자가 스스로 강압적 지배에서 벗어 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더 지속적이고 심각한 가정 폭력으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림 2> 강압적 통제 폭력의 악순환 : 긴장> 폭력> 합리화> 화해
출처 : https://clesurlaporte.org/violence-conjugale/
입법안이 채택되면 개별적으로 보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행위를 강압적 통제라는 개념 아래 하나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가정 폭력이 단순히 물리적 폭력 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관계로 인해 가해지는 정신적 폭력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이고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거듭나게 된다.
강압적 통제 폭력 가해자는 3년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 및 최소 45 000 유로 최대 75 000 유로의 금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2️⃣ 강간 관련 형법 규제 강화
<사진 1> 마장 사건의 피해자 지젤 펠리코가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고 있다.
출처:https://www.francebleu.fr/infos/faits-divers-justice/proces-des-viols-de-mazan-gisele-pelicot-demande-la-fermeture-des-cagnottes-de-soutien-1835200)
2024년 9월, 프랑스는 '마장 사건'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강간 사건으로 여성의 인권에 대한 큰 파문이 일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인 도미니크 펠리코는 아내인 지젤 펠리코를 약을 먹여 10여년에 걸쳐 50명 이상의 남성들이 아내를 강간하도록 했다.
사건의 폭력성은 비단 펠리코 가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의 상징으로 거론되었다. 해당 사건은 또한 강간법 개정의 필요성을 사회의제화했다. 해당 입법안은 위와 같은 맥락 속에서 논의되고 제안되었다.
공소시효 입법안은 2021년 4월 21일부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적용되는 공소시효의 누진 원칙을 성인 강간 피해자에게도 확대 적용할 것을 규정한다. 즉,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성폭행한 경우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새로운 범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날까지 연장될 수 있다. 미성년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공소시효 정지 사유에 관한 규정도 성인까지 확대되었다.
가중 상황 입법안은 강간죄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을 새롭게 제시한다. 일반 강간죄는 현재 프랑스 형법에 의해 15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가중 상황에 해당할 경우 형벌은 다음과 같이 늘어난다.
- 연쇄 강간의 경우 30년 징역 (마장 강간범의 경우와 같이)
- 피해자의 집에서 저지른 강간과 계획적 또는 매복으로 저지른 강간의 경우 20년 징역형 |
구속 기간 연장 또한 입법안은 배우지 살인 및 부부 강간에 대한 경찰 구금 최대 기간 (기존 48시간)을 예외적으로 연장한다. 이에 따라 해당 범죄는 테러 및 조직 범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72시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상드린 조소 하원의원은 해당 입법안이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 사회학 박사 피에르 기욤은 강압적 통제의 개념이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복합적인 폭력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이론적 기반이 되지만, 법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입법안은 지난 1월 28일 하원의 1차 검토를 거쳐 현재 상원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 참고자료
● https://www.vie-publique.fr/loi/297096-violences-sexuelles-et-sexistes-controle-coercitif-viol-proposition-loi
● https://www.sudouest.fr/societe/controle-coercitif-dans-la-loi-une-avancee-majeure-dans-la-lutte-contre-les-feminicides-23152098.php
● https://sosviolenceconjugale.ca/fr/articles/comme-une-cage-de-verre-emprise-et-controle-coercitif-en-violence-conjugale
● https://cn2r.fr/5-choses-a-savoir-pour-comprendre-le-controle-coercitif/
● https://lcp.fr/actualites/violences-sexuelles-et-sexistes-les-deputes-valident-l-inscription-du-controle-coercitif
● https://www.francebleu.fr/infos/faits-divers-justice/affaire-des-viols-de-mazan-les-consequences-et-suites-possibles-de-ce-proces-hors-norme-4420690
본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