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연구의 목적과 방법
이 연구는 실질적으로는 사소할 수 있는 위험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정 치화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위해 수행되 었다. 첫째, 어떤 위험이나 사건이 위험신호(risk signal)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지를 밝힌다. 둘째, 언론을 중심으로 한 위험정보 소통이 어떠한 형태를 띠 고 있고 위험을 다루는 언론의 프레임이 정치화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셋째, 어떤 위험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정치화된 경우에 위험관리자(정부 혹은 기업)의 일반적인 자세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비난회피(blaming avoidance) 전략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알아본다. 넷째, 위험의 사회적 확산 과정을 거쳐 낙인화된(stigmatized) 위험의 특징과 동태적 변화 양상을 확인한다. 다섯째, 위험의 정치화 과정과 사회적 확산 현상에 적절하게 대응 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기조와 제도화 방안을 다룬다. 위에 제시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방법을 활용하였다. 첫째, 문헌 분석, 인터뷰, 공동 연구진의 활용하여, 위험의 사회적 확산 및 정치화에 대한 전반적 이론 분석을 수행한다. 둘째, 위험의 사회적 확산에 대한 국내외 대표 사례를 선정하여 연구의 분석틀에 따른 분석을 수행한다. 대표적 사례로 선정한 것은 우리나라와의 시사점 비교를 위한 영 국의 광우병 사태, 그리고 최신 사례로서 미국의 토요타 자동차 사례를 선정하였다. 이와 함께, 영국 MMR 예방접종 사례를 다루었다. 셋째,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에 대한 위험지각의 수준 및 위험신호 로서의 특성 확인을 위한 설문 문항을 마련하여, 광범위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수행한다. 특히 위험의 사회적 확산 결과 및 국민들의 불안감 수준에 대 한 종단적 설문을 포함하여 본 연구가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의 추이를 분석 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주요 일간지와 TV 방송 뉴스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해 위험의 사회적 확산 과정에 대한 동태적 분석을 수행한다. 대표 사례 로 2008년 광우병(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와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대 상으로 선정하여 비교한다.
연구 결과
1. 환경적 요소 - 신뢰의 하락과 중재자의 부재
어떤 불확실하지만, 대단히 두려운 위험신호가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위험관리자인 국가를 신뢰하고, 국민들이 서로 믿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면, 위험은 사회적으로 확대되거나 정치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그러한 신뢰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대표적 국가기관들은 10년 전에도 신뢰가 바닥이었으나 더욱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인 대기업의 신뢰 역시 매우 낮은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위험이나 갈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학교, 종교, 언론, 시민단체 등에 대한 제도적 신뢰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에 걸쳐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또 하나 중요한 추세 중 하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탈물질주의 학자들과 위험사회론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의 태동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 행태의 공통점은 기존 정치의 정점이며, 가장 공식적인 장이라고 볼 수 있는 의회와 행정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집회, 시위, 보이코트 등의 비공식적이고, 오히려 더욱 어려운 정치 참여 방식을 택하곤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위험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정치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반면 이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적절한 중재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매우 곤혹스런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일반화된 신뢰와 제도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며, 이는 결국 건강한 사회적 자본의 육성이라는 장기적이면서 해묵은 과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2. 국민들의 위험특성 인식과 위험신호
위험의 사회적 확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정보를 위험신호(risk signal)라 부르며, 이는 대중들이 느끼기에 “두렵고(dread)”, “잘 모르는, 낯선(unknown, unfamiliar)” 위험들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들은 보다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설문조사의 분석 결과, 특히 “낯선 위험”이라고 볼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사고, 신기술 위험, 테러, (광우병, 기후변화) 등의 경우 위험신호로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이 위험과 관련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위험관리자(정부)의 대응이 미숙하거나, 의혹이 있다면, 그 여파가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낯선 성격의 위험의 경우에는 조그만 사건에도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적극적 사전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3. 위험 정보의 사회적 확산 분석
이 연구에서는 위험의 사회적 확산 과정을 신문, 방송 미디어 내용 분석을 활용하여, 광우병과 신종플루 정보의 프레임 변화를 통하여 관찰하였다. 그 결과, 광우병 사태는 신종플루 사태와 다음과 같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었다. 광우병 사태는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위험이 대중의 인식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확대된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위기 확산의 도화선이나 조정자이었다기보다는, 위기 확대의 추종자이자 조력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 언론의 시각은 정부의 시각과 마찬가지로 국내 축산업 경쟁력에 대한 경제산업적 프레임이었으나, 광우병 위험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보건의학적 프레임을 거쳐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구성되었다.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정부에 대한 비난은 전반적인 정치적 문제로 변화하였다.
4. 위험의 낙인화 효과 분석
이 연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구매 의사에 대한 2008년, 2009년 및 2010년 설문조사의 종단적 분석을 통하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낙인 효과를 분석하였다. 2008년과 2009년에 비하여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국민들의 비율은 2010년에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일정 정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감소를 의미하지만,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하여 여전히 완고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2009년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진 낙인의 실체는 매우 복합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에 따른 광우병에 대한 우려,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 후손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 신종 전염병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같은 위험인식적 측면과 함께,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단체 및 대기업에 대한 제도적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즉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은 그 자체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함께, 인구통계학적 구성요인에 따른 사회적 특성, 그리고 정부 및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2010년의 분석 결과는 이러한 복합적 요인에서 위험에 관련된 요인들이 모두 빠졌고, 대신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과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인지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문제만이 가장 중요하고 확고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결국 위험은 가고 정치만 남았고, 위험은 지극히 정치화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5. 위험의 사회적 확산에 대한 대응 방안
낯선 위험의 사회적 확산 과정에서 위험관리를 일종의 보건의학적 방법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방접종이론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즉 위험관리자는 어떤 위험신호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보이면, 그 위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는 일방적으로 정부(위험관리자)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마치 예방접종이 일부러 소량의 병균을 주입하여 더 큰 병에 대한 내성을 가지도록 하듯이, 오히려 정부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정보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자세로 사전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의 매개체로서의 언론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책 제언
이 연구에서는 위험의 사회적 확산의 가장 중요한 매개인 언론의 중요성 을 고려하여, 위험정보에 대한 효과적인 대언론 정책 가이드라인과 위험의 사회적 확산 현상을 예방하고, 위험의 정치화를 보다 공식적인 체계 내에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바람직한 언론 관계 구축을 위하여 위험의 사회적 확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언론 전략의 기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의 이해관계와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언론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여 전달해야 한다. 셋째,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솔직하게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언론의 교 육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위기 상황에서 반대편 의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중립자가 언론 을 상대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합의 형성 과정에서 언론 관계에 대한 행 동 규범 (Ground rules)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는 위험소통에 입각한 우리나라의 사회위험 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언하였다. 첫째, 다양한 위험신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포괄적인 탐색과 모니터링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위험신호의 탐색 및 지속적 모니터링을 위하 여 정기적인 사회위험 인식조사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효과적인 대국민 및 대언론 소통 전략의 통일된 전략과 매뉴얼을 확립하고 이를 전 부처 위험관리자들에게 교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부 처 차원에서 전반적인 사회위험 관리를 위한 책임 주체의 수립이 필요하며, 정부 부처의 모든 직원이 위험관리자라는 태도를 가지고, 모든 업무에 있어 위험관리 전략에 따른 체계적인 업무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