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는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한 조직개편이다. 조직개편은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운영철학과 더불어 국정수행 및 관리방식을 제시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역대 정부 하에서 조직개편은 주기적이고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정부 출범과 함께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조직개편은 개편을 주도하는 집권층 뿐아니라 공직사회와 일반국민들도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 민주화 이후 등장한 정부를 중심으로 볼 때, 역대 정부 하에서의 조직개편은 주기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개편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처가 오히려 예외적인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법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공권력을 집행하는 소수의 청 단위 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처가 개편의 대상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 수행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10년 이상 경력의 공직자 대부분이 소속기관의 개편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간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조직개편은 의도한 목적과 기대효과를 실현하기보다는 효과적인 국정수행 및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고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치권자를 중심으로 새로 집권하는 정부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조직개편은 공직사회에 커다란 동요를 야기함과 더불어 업무조정으로 인한 역할수행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기관의 분리 또는 통합으로 새로운 기관에 배속된 공직자들은 기관의 임무와 업무에 대한 이해도에 한계가 있다. 나아가 새롭게 형성된 구성원에 대한 기관 차원의 인사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기관 구성원의 정체성 내지는 동질감 형성에 있어서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조직개편으로 인해 수반되는 이러한 한계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학계는 이러한 측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기보다는 정권 교체시기를 전후하여 여전히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양산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아쉬운 현실이다.
이러한 배경과 여건 하에서 한국행정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 추진된 조직개편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공과를 평가하였다. 정부수립 이후 모든 역대 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조직개편을 분석하고 있지만, 현재와 미래의 행정환경과의 관계에서 보다 의미있고 적시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1990년대 민주화 이후 정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조직개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가에서의 조직개편 사례에 대한 분석을 함께 수행함으로써 비교적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 조직개편에 대한 분석은 크게 ①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목적, ② 조직개편 실태와 내용, ③ 조직개편의 주체와 접근방식, ④ 조직개편으로 인한 효과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방법론 측면에서 본 연구는 정부조직에 대한 학문적 전문성과 실무적 경험을 두루 갖춘 다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정 정부를 대상으로 한 집필과 더불어, 집필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과 여타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수의 토론과 의견수렴이 행해졌다. 의견수렴의 경우 특히 공직경력이 많은 공무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기관을 통한 설문조사가 행해졌다. 아울러 정부조직 관리 관련 고위공직 퇴직자를 비롯한 소수의 행정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와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조직개편과 관련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분석과 더불어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그 간 조직개편을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수행해 오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가와 비교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잦은 개편은 결국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국정수행과 관리에 있어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경험하는 공직사회는 전문성이 저하되고 동요와 혼란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과의 관계에서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품질은 저하되고 국가차원에서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끝으로 조직개편으로 인한 문제점의 예방과 보다 합리적인 국정수행을 위해 조직개편에 적용될 수 있는 기본원칙과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조직개편은 그 자체가 혼란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수행을 위해서는 최소한에 한정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권의 국정운영철학은 부처개편보다는 관리적인 차원에서의 정부혁신을 통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오히려 한정된 임기 하에서의 정부역할 수행에 있어 안정성과 전문성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개편 이전에 기존 체제의 문제와 한계점이 충실하게 분석되고 개편의 목적과 취지가 분명하게 제시되고 공감되어야 한다. 그 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조직개편은 형식적인 것에 그쳐 정부 내외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을 조성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조직개편은 관련 기관의 분리/통합차원에서 접근되기보다는 행정수요의 변화에 대응하는 관련 기능의 강화와 축소차원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 계급제적 공무원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의 여건상 기관 간 분리 및 통합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조직개편은 인사배치나 역할수행에 있어 상당한 혼란과 직무상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조직개편은 그 접근과 목적에 있어 정치성이 가능한 배제되고 기능수행 관련 전문성과 합리성에 입각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조직개편에 정당 간의 정치적 타협이나 부처단위의 로비 등 정치성이 크게 작용할수록 효과적인 국정수행과 관리라는 합목적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역대 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조직개편을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노력한 바, 아무쪼록 본 연구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조직관리와 운영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년여 기간 동안 집필과 토론에 열정적으로 임해 주신 연구진과 정부조직에 대한 애정과 혜안으로 귀한 의견을 주신 다수 공무원 및 전문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방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본 연구를 수행하신 연구책임자 박중훈 선임연구위원과 원내 공동연구자 임성근 박사, 조세현 박사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또한 어려운 가운데 원외에서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주신 이종수 교수, 김태룡 교수, 이창길 교수, 박진 교수, 김근세 교수, 김동욱 교수, 김석은 교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연구의 수행과정에 참여하여 많은지원과 의견을 제공하여 주신 서필언 전 차관과 정남준 전 차관, 김병섭 교수, 이승종 교수 및 윤견수 교수, 그리고 심층조사 등을 통해 참여해 주신 다수의 전문가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연구수행과정에서 많은 지원과 보조역할을 수행한 이이삭 연구원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이 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본 연구는 실현되기 어려웠고, 값진 결과를 제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