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1995년 6월 27일에 실시된 자치단체장의 민선으로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란 지방에 정치적,행정적 자율성을 보장해 줌으로써, 지방이 중앙의 통제로 부터 벗어나 지역의 문제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해 나가는 체제를 말한다. 지방자치를 통해 얻어지는 실익은 지방에 잠재해 있던 성장력을 창조적이고 경쟁적으로 발현시킴으로 지방의 발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발전을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 지방화가 세계화라는 말은 지방화로 인한 지방의 활력이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앞서의 언급을 축약한 표현이다. 지방자치는 또한 지역의 특수성과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의 개발 및 집행을 통해 행정의 민주성과 반응성을 제고시키는 장점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이외에 지방자치의 장점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지방자치가 지닌 이러한 가치로 인해 지방자치의 성공적인 정착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하지만, 지방자치와 관련된 여러가지 순기능 및 장점에 못지 않게 지방자치의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자치에 수반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정부간(intergovernmental)갈등,분쟁이 첨예화되어 국가의 효율적인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경우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간의 갈등은 간단없이 야기되어 왔고, 이러한 갈등 스토리는 미디어의 주요 페이지를 장식하여 왔다.
물론 과거와 같이 강력한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치,행정체제하에도 정부간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갈등은 표면화되어 노골적인 분쟁으로 까지 전화되지는 않았다. 지방은 계층상 중앙에 절대복종하는 하위체계에 있었고, 지방은 중앙의 지시,명령을 저항없이 일사분란하게 집행하는 중앙의 행정대리인에 불과하였기 때문이었다. 중앙정부는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하거나 억누르지 못한 단체장을 무능하거나 체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관리자로 간주하여 쉽게 교체하였다. 또한 갈등이 표출된 경우 해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중앙은 계층적 권위를 통해 어렵지 않게 갈등을 조정하였다.
지방자치의 개막은 행정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권위주의가 퇴화되고 민주주의로의 진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지역주민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역정치인(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이 주민직선됨에 따라 이들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타지방과 교섭에 있어 지역중심적인 입장에서 수지타산을 계산하였고, 지역이해가 손상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사회전체의 이익에 공헌한다고 하더라도 협력하거나 양보하기를 기피하게 되었다. 또한 지방간 갈등의 해결자로서 중앙의 조정력도 힘을 잃어 가게 되었다. 자치단체의 정치행정적 자율성과 독립성이 증대되고 중앙 지방간의 관계가 계층성에서 대등성으로 전환됨에 따라 과거와 같이 중앙이 자치단체간의 분쟁을 수직적이고 권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 지역간 관계는 화합보다는 분리, 협조보다는 갈등으로 특징지워지게 되었고, 정부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역적 할거주의나 이기주의로 인해 수평적 협조나 조정의 기능을 상실할 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해체의 위기까지도 맞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간의 갈등이나 분쟁의 관리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매우 중차대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본 연구는 자치단체들간의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개편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자치단체간의 분쟁은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의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하나, 본 연구는 수도권의 자치단체에 초점을 맞추어 수도권 자치단체간의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본 연구에서는 1991년 제정된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시행령 제4조에 따라 수도권을 서울특별시와 그 주변지역인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라 규정한다.
자치단체간의 광역문제를 둘러싸고 야기되는 갈등은 다른 자치단체들간도 유사하게 경험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연구결과는 수도권 이외의 다른 자치단체 사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수도권의 자치단체간의 갈등은 갈등은 갈등의 당사자를 기준으로 분류할 때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수도권의 광역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간의 갈등으로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와의 갈등,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와의 갈등,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간의 갈등,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모두 연루된 갈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번째 유형은 동일 광역자치단체내의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으로 여기에는 서울특별시나 인천광역시 또는 경기도내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광역자치단체와 당해 광역자치단체내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인 데, 이에는 예컨대 서울특별시와 서초구간의 갈등 등이 해당된다. 이외에 다른 차원의 갈등도 있는 바, 광역자치단체와 다른 광역자치단체
내의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예컨대, 서울시와 경기도 남양주와의 갈등)과 상이한 광역자치단체내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인천시 중구와 경기도 옹진군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위에 제시된 모든 유형의 갈등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각각의 갈등유형에 대한 관리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한가지 더 주목할 것은 갈등관리방안을 제시함에 있어 본 연구는 제도적인 면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여기서 제도란 기술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갈등관리의 구조나 규칙을 의미하며, 기술(technology)이란 구조나 규칙의 개선이라 보다는 갈등관리의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도적 측면은 행정협의회나 조합과 같은 기존의 갈등해결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거나 통합이나 편입 등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자치단체간의 갈등관리방안을 찾는 것이며, 기술적 측면은 주어진 제도내에서 ADR(adversarial dispute resolution)과 같은 협상이나 중재기법의 개발을 포함한 분쟁기술의 세련화를 통해 갈등관리을 모색하는 말한다. 본 연구는 전자, 즉 제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수도권 자치단체간의 효과적인 협조체제 내지 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