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1997년 외환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던 금융감독 및 규제실패를 가져온 원인을 금융감독기관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찾아내고 이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해 지난해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나 금년에 진행된 경제청문회에서는 주로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등의 정책수행 과정에서 발생된 기술적 수준의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당시 문제가 되었던 외환관리, 외환보유고, 외채관리정책, 금융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문제가 있으므로 이것을 고치면 된다는 식의 개선방향은 문제의 본질을 너무 축소한정한 것이다. 만약 그러한 개선안을 모두 받아들이면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결국 그것을 담당하는 관료의 행태와 의식, 그리고 금융감독기관을 둘러싼 환경에 근본적인 문제요인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금융감독 및 규제실패의 원인을 기술적 수준, 관리적 수준, 기관적 수준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먼저 기술적 수준의 요인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실패요인으로 환율, 외환보유고, 외채, 외화조달, 종금사 등의 관리감독 부실이 분석되었고, 국내금융시장에서의 요인은 자산건전성 평가, 동일인여신제도, 회계공시제도 운영에서 문제점이 분석되었다.
그러면 왜 이러한 기술적 수준의 문제가 발생했을까? 먼저 관리적 수준의 요인에서 금융감독기관의 조직과 제도 부문에서 요인을 찾았다. 즉 감독체계가 불합리하고 책임과 권한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감독기관의 조직내부적으로는 의사결정이 비민주적이었고 따라서 조직내부의 역량을 결속하는데 실패했으며, 조직이 경직화되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요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관료행태·의식의 요인으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감독기관의 사익추구행위와 집단의식문제, 규제기관의 포획(regulatory capture)에 따른 친기업적 조직문화 등의 요인이 있었다. 결국 금융감독기관의 조직과 관료의 행태적 요인인 관리적 수준의 문제가 제도운영 및 정책집행의 왜곡을 가져온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기관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도 반드시 지적되어야할 부분이었다. 즉 금융기관 경영을 정부의 경제정책수단으로 이용한 관치금융문화와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의 기관적 지위확보를 위한 이기심 등이 공정하고 정확한 금융감독 및 규제수행이라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선택을 왜곡시킨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공정한 금융감독 및 규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공정한 금융감독 및 규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행정적 분야에서 금융감독 및 규제업무를 복수기관에 중첩적으로 부여하여 이들 기관간의 경쟁을 통해 통일되고 일관성있는 정책실패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환위기라는 상황이 결코 금융감독기관에 의한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산업은 기술진보와 세계화가 매우 빠른 분야이다. 따라서 정부감독기관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감독에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의 간여가 오히려 금융기관이 적절한 위험 부담을 회피하도록 할 우려가 있으며 금융자유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우려는 커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자기책임의식의 결여를 초래하고 시장기능을 저해하여 금융기관이 자기책임하에서 수행하는 위험관리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은 시장의 점검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장기능으로서 충분하지 않은 분야에서 보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향후 금융감독 및 규제의 방법은 시장규율·자율규제·시장친화적 방식으로 전환되어야한다. 그리고 금융감독 및 규제의 방향은 기존의 예금자보호에서 금융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진입제한을 완화하는 등 정부의 규제는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감독을 강화하는 것, 자율규제를 확대하되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는 것, 시장규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시제도를 엄격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 등이 정부가 반드시 해야하는 규제의 범위일 것이다. 또한 시장기능이 적절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은 행정의 자의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각종 규정을 단순화하여 감독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금융기관 등 시장참여자들이 장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