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이 연구는 1995년도에 도입된 우리 나라 공무원 성과급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주로 지급 대상자 선정을 위해 실시하는 업무실적 평정의 공정성 문제와 이로 인해 일부에서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문제 의 개선 방안 모색에 목적을 두고, 성과급 제도의 이론과 국내외의 사례, 공무원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였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과급 제도는 조직 목표의 달성을 위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종합적인 실적 관리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는 것이 통례다.
일을 많이 하고 잘 하거나 열심히 한 일부 직원에게 특별 보너스 형식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은 평소 그런 성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속적인 실적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써 조직 전체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우수 실적에 대한 특별보상 외에, 불량실적에 대한 불이익 처분이 동시에 필요하다.
호주의 고급공무원단(SES)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급 제도 처럼 다수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은 일종의 보수 인상 효과로 인해 유능한 사람들을 조직에 붙잡아두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이 되고, 그 결과 조직 또는 그 직업집단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SES처럼 외부로부터의 충원이 일반화되고 직업간 이동이 활발한 곳에 해당된다. 우리 나라와 같은 폐쇄 체제 아래서는 기존의 구성원들에게 보수를 인상해주는 효과 이외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성과급 제도를 비롯하여 실적에 근거한 보상제도가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실적의 평가 문제다.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실적평가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평가 자체가 불완전하다. 완벽한 평가 기준과 지표도 없고, 평가자 또한 주관적 판단 및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 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이 설혹 완벽한 평가방법을 개발, 업무실적이 좋은 사람들을 정확히 가려 낸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주관적으로 과대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를 쉽게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실적평가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과정의 공정성 객관성 공개성을 중시하고 있다. 평가의 자료와 기준을 실적계약에서 찾고, 평가 과정에 상하 동료 직원들의 의견이 투입되며,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면담을 통해 상호 동의를 형성해 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 공무원들은 우리 나라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특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유인책으로 성과급이 좋은 방안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1) 성과급을 받고 싶은 생각이 크지 않고, (2) 이를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할 생각도 적으며, (3) 평소 자신이나 주변 공무원들이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이에 근거해볼 때,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도입된 성과급 제도가 그 자체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성과급을 받는다는 것은 자랑스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일선기관과 현업기관을 중심으로 성과급을 받고 싶은 생각이 크고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적어도 부분적인 효과의 가능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은 성과급 지급 대상자 선정이 적지 않은 경우 돌아가며 받기 또는 나눠갖기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그렇게 될 것이며, 나아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적평가 방법의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는 다면평가방식이나, 상하 동료직원들의 의견 반영에 대해 대다수 공무원들이 동감하고 있다. 이는 개선의 방향을 정하는데 크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과급 지급 대상자의 범위, 지급액, 대상자의 실제 결정방식,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 부작용의 종류, 대상자가 되고자 하는 희망, 유인책으로서의 효과성 판단, 실적평가 방식의 개선 방향 등 거의 모든면에 있어 기관종류별, 직종별로 공무원들의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이는 제도 운영에 신축성을 부여함으로써 제도의 효과성 증진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나라 공무원들 사이에 합리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실적을 산출이나 결과 대신 투입이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실적이 뛰어나더라도 같은 사람이 반복하여 성과급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결과 중심의 실적평가와 실적에 따른 보상을 원리로 하는 성과급제가 쉽게 정착되기 어렵고, 큰 효과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상의 결과에 근거하여 이 연구는 다음을 정책으로 건의한다.
1. 성과급 제도는 계속 유지한다. 연공주의, 온정주의, 평등주의가 보편화된 우리의 공직 문화 속에서 행정의 경쟁력, 생산성 향상은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합리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경쟁, 결과 중심의 실적, 실적 중심의 보상 등 합리성에 근거한 제도들이 가급적 다양하게 우리의 공직사회에 도입될 필요가 있고, 이런 점에서 성과급 제도는 하나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 특별상여수당 방식의 성과급을 특별승급 방식으로 전환한다.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성과급 제도의 도입 목적이지만, 특별상여수당 방식의 성과급은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낮은 선호도와 불이익 처분이 수반되지 않는 보상체계, 실적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 돌아가며 받기, 모두에게 주는 수당식, 골고루 나눠먹기 식의 변칙적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별상여수당 방식의 성과급을 실적 유인책으로서의 효과성이 좀더 큰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이에 적합한 것으로 특별승급 제도가 있다. 특별 승급은 우선 수혜자의 보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특별상여수당보다 차별성이 강하고, 연공을 중시하는 현재의 승진 결정 관행을 고려할 때, 승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급효과 또한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들도 실적에
대한 보상으로서 특별상여보다는 특별 승급을 더 선호한다.
3. 성과급 제도 운영에 대폭적인 자율성을 부여할 것을 건의한다. 여기에는 재원의 사용 용도에 대한 자율성 (각 기관이 성과급의 취지를 살리는 범위내에서 성과급 재원을 포상에 대한 부상, 특별과제에 대한 격려금, 우수공무원 해외연수 비용 등으로 자율적으로 결정 집행토록 함); 수혜자 비율 및 액수에 대한 자율성; 수혜 대상자 선정방식의 다양화에 대한 자율성; 적용 대상 직급 조정의 자율성이 포함된다.
4.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적평가 방식의 개발 및 사용 필요성과 관련, 근무성적평정 결과의 반영비율을 낮추고, 집단 평가(추천) 또는 다면평가 방식을 도입하며, 평가권자를 하향 조정한다. 평가 요소 선정에 있어서도 각 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5. 성과급 지급에 대한 결정권을 하부에 위임하고 이원화한다. 기관장은 각 부서의 업무 실적 성적을 고려하여 부서별로 액수 배정만하고, 직원 중 지급대상자 및 지급액 결정은 과장선에서 하도록 한다.
6. 업무실적 평가를 포함하여 성과급 지급에 관한 결정의 책임자(또는 집단)가 보다 공정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자 및 확인자와 그들의 평가결과, 성과급 지급대상자 및 지급액수와 이를 결정한 사람(들)의 명단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도록 한다.
7. 중장기 정책과제로서 첫째, 부실 실적을 성과급 제도의 틀 안에서 관리할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실적 개념이 투입 또는 과정(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중심에서 산출 또는 결과(무엇을 얼마만큼 잘 하였는가) 중심으로 전환되고, 공무원의 업무가 조직의 목표에 대한 전략의 개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실적계약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성과급을 포함하여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기본적으로 근무성적평정(근평) 결과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